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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 도헌학술원
  • 입력 2024.03.12 23:45

새사람 ― 배움의 추구

일송이 배움의 가치를 강조한 것은 그의 ‘새사람’에 대한 강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1982년 한림대학교의 첫 신입생을 향한 치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들은 한림의 새사람이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새롭게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들은 그러기 위해서 ‘나는 새사람’이라는 자신감과 보람에 넘쳐 흘러야 합니다. 나는 오늘도 새롭고 내일도 새롭게 살아야 합니다.” (『성심월보』 82, 1982년 3월 10일)

 

위 문장들에는 일송이 전 생애 동안 강조했던 배움에 대한 열정적인 추구가 잘 드러나 있다. 일송은 지속적인 학습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한다. 과거와 단절하여 멈추지 않고 자신과 공동체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일의 요체를 바로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자기성장 과정으로 보고 있다. 일송은 여러 곳에서 반복적으로 배움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한 특강에서는 현대인의 첫 번째 정신적 범죄를 “모르면서 배우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오늘은 어제보다 무언가 나아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이같은 배움의 추구는 단지 말이 아니라, 일송 자신의 삶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난다. 전쟁 후 백병원 재건에 힘쓰는 열악한 상황 중에서도 미군 121야전병원에 매일 나가 새로운 의료기술을 익히는 데 힘썼다. 평양고보와 경성의전 시절부터 몸에 밴 폭넓은 독서와 학습은 평생 동안 이어져, 70대이던 1992년의 일기에서도 “늙은사람도 공부와 경험에 의한 슬기를 가져야 한다”고 적고 있다. 같은 해 새해 각오를 적은 메모에도 “컴퓨터를 배우라”, “외국어를 습득하라”고 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자신을 채근하는 모습을 보인다.

 

진취성과 겸손 ― 배움의 태도

일송은 ‘새사람’이 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태도는 바로 ‘진취성’과 ‘겸손’이라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순간순간을 새롭게 산다는 것은 개척정신이라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개척하기 시작했습니다. (중략) 여러분들은 솔선해서 공부하려는 진취성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일면 한없이 겸손해야 합니다. 알고자 하는 자는 겸손해야만 알 수 있습니다. 겸손해서 내 마음을 비워 놓아야만 나한테 그 슬기와 용기가 들어오는 것입니다. 겸손한 마음은 우리가 평생 찾아야 할 일입니다.”(『성심월보』 82, 1982년 3월 10일)

 

모든 새로운 배움은 현재의 안전지대를 벗어나 불확실한 미래와 불편함을 취할 때 생겨난다. 지금 그대로의 안온함을 수용하는 순간, ‘새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학습에서의 진취성이란 낯선 대상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새로운 배움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이는 ‘겸손’과 이어지는데, 일송이 여기서 말한 ‘겸손’은 자기 자신의 불완전성을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배움의 힘은 바로 우리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는 용기로부터 시작한다. 자신의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비워두는 겸손함을 가질 때,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배울 수 있는 진취성을 가질 수 있다.

전쟁이 끝난 후, 일송은 이미 갖춘 전문성만으로도 성공적인 미래가 보장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미재단유학생이 되어 미국 유학을 결행한다. 의사로서 자신의 부족함을 생각하는 겸손, 그리고 가족과 현재의 안정된 기반을 떠나 선진 지식을 얻으려는 진취성은 훗날의 그를 만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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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과 묵상 ― 배움의 과정

배움을 대하는 일송의 모습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성찰과 묵상에 대한 강조이다. 1966년 가톨릭의대 재임 시절, 일송은 졸업생들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사람이 어떤 일을 치렀을 때의 시원한 만족감은 삶의 단 하나의 윤기가 될 수 있지만, 지난 일을 되씹어 보면, 자기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고 내가 느꼈던, 내가 말했던, 내가 행동했던 일이 좋고 나쁨을 조용히 반성해 본다는 것은 앞으로의 도약을 위해서 없어서는 안 될 일인 줄 안다.”(『성의월보』 71, 1966년 2월 27일)

 

행동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성찰적 메타인식을 할 때만이, ‘도약’이 있다는 것이다. 성찰에 대한 강조는 그의 글 곳곳에서 나타난다. 1992년 1월의 새해 각오에는 ‘성찰’과 관련한 항목이 여러번 나온다. “하루 한 번 계획한 일들을 실천했는지 점검하라”, “깊이 생각하고, 나를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라”와 같은 다짐이 거듭된다.

성찰은 자신만의 원칙에 의거하여 이루어진다. 일송에게 있어서 성찰의 궁극적 기준은 신앙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1987년의 한 기고문에서 그는 ‘영원을 깨닫는 진실된 마음’으로 묵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같은 성찰의 과정을 통해, 일송은 자신이 겪은 고난과 좌절의 경험을 깨우침의 자양분으로 전환한다. 경성의전 낙방 후, 자전거 행상과 막노동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으나, 이후 그때의 경험이 세상살이와 부모님 은덕에 대한 감사 등을 깨닫는 시간이었다고 회고한 것도 성찰학습의 한 예이다.

오늘도 일송은 대학 캠퍼스를 내려보며 우뚝 서 있다. 일송은 자신의 본질인 혼이 후대로 이어진다면, 죽음은 끝이 아니라 부활이라 말하였다. 우리가 자신만의 길 위에서, 새사람으로 거듭나며 오늘을 살아 낼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일송이 바라던 영속일 것이다.

이지혜<br>일송자유교양대학 교수<br>국가평생교육진흥원 이사<br>前 한림대학교 미래교육혁신원장<br>前 한국평생교육학회 편집위원장
이지혜
일송자유교양대학 교수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이사
前 한림대학교 미래교육혁신원장
前 한국평생교육학회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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